무신

제10화 노하촌(蘆河村)

산을 내려온 세 사람은 변경의 노하촌을 향해 며칠을 걸었다.

풍과 아영이 신법을 펼친다면 하루 만에도 닿을 거리였지만, 현허는 굳이 보통 사람의 걸음에 맞춰 길을 잡았다. 마을과 저잣거리를 지날 때마다 발걸음을 늦춘 그는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풍은 책으로 배운 강호와 두 발로 밟는 강호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산정상에서 들었던 강호는 멀고 거대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러나 눈앞의 강호에서는 사람 냄새가 났으며, 웃음이 넘치는 장터 바로 옆 골목에는 굶주림과 두려움이 웅크리고 있었다.

어느 마을에서는 이름난 정파의 제자들이 저잣거리를 활보하는 모습도 보았고 사람들이 황급히 길을 비키며 고개를 조아렸지만, 그 눈빛에는 존경보다 두려움이 짙었다.

그중 한 제자가 미처 길을 비키지 못한 아이를 밀쳐 넘어뜨렸고 아이의 손바닥이 돌바닥에 쓸려 피가 배어 나왔으나, 무사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동료들과 웃으며 지나갔다.

풍이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나서려 하자 현허가 그의 팔을 붙들었다.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저 아이가…….”

“네가 저들을 쓰러뜨리는 건 어렵지 않겠지. 허나 우리가 떠난 뒤, 아이와 그 가족은 누가 지켜 주겠느냐?”

풍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저 무사들이 앙갚음을 한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맞설 힘이 없는 사람들이었고, 현허는 멀어져 가는 무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나직이 말했다.

“의를 입으로만 말하는 자들이 실은 가장 무서운 법이다.”

정파라 하여 모두 옳은 것은 아니라던 가르침이 살을 얻어 풍의 눈앞에 나타난 듯했고 강호에서는 옳고 그름을 안다고 해서 함부로 주먹을 내지를 수도 없었다. 힘이 있다면 휘두른 뒤의 일까지 감당해야 했고, 풍에게는 그것이 저 무사들을 혼내 주는 일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졌다.

변경에 가까워질수록 길 위의 공기는 무거워졌다. 오가는 행인은 눈에 띄게 줄었으며, 이따금 마주친 행상들은 해가 기울기도 전에 서둘러 남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들에게 노하촌으로 가는 길을 물으면 누구나 입을 다문 채 손가락으로 방향만 가리켰다.

그럴 때마다 풍의 마음은 조급해졌고 동구 할멈은 무사할까. 덩치는 황소만 하면서도 겁이 많아 밤이면 문단속을 두 번씩 확인하던 황우는 어디에 있을까. 산을 떠난 뒤 오랜 세월이 흘렀다지만, 노하촌은 여전히 풍에게 우리 마을이었다.

며칠째 되던 날, 길 왼편으로 낯익은 강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풍은 걸음을 멈출 뻔했다.

강물은 어린 시절과 다름없이 낮은 여울을 타고 흘렀고, 물가에는 누렇게 마른 갈대가 어른 키보다 높이 자라 있었다. 봄이면 황우와 맨발로 뛰어들어 피라미를 잡고, 가을이면 동구 할멈의 꾸지람을 피해 갈대밭에 숨곤 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자 달라진 것들이 하나둘 눈에 박혔다. 강둑의 버드나무는 벼락이라도 맞았는지 줄기 절반이 시커멓게 죽어 있었으며, 물가로 이어지던 징검다리도 몇 개가 떠내려가 듬성듬성 끊겨 있었다. 갈대밭 사이로 나 있던 오솔길은 사람 발길이 끊긴 듯 잡풀에 파묻혀 있었다.

“저 강을 아니?”

아영이 묻자 풍은 마른 입술을 적셨다.

“우리 마을 앞을 흐르는 강이야. 저쪽 갈대밭을 돌아가면 동구가 나와.”

우리 마을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가슴이 묵직해졌다. 돌아왔다는 반가움보다 너무 늦게 왔다는 불안이 앞섰고, 은빛 반지도 그 마음을 재촉하듯 손가락에서 싸늘하게 떨렸다.

풍은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재촉했고 현허와 아영이 뒤따라오는 기척을 확인하면서도 눈은 강 건너 지붕들만 좇았다. 어린 시절에는 저만치서부터 개들이 낯선 발소리를 알아채고 짖어 댔으며, 집집마다 아궁이 연기가 올라와 된장국 냄새와 젖은 장작 냄새가 뒤섞이곤 했다.

오늘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연기 한 줄기 보이지 않았다.

마을 어귀의 낡은 돌무더기와 비뚤어진 장승은 그대로였지만, 그 너머에 이어진 길은 풍의 기억보다 좁고 어두웠다. 아이들과 흙투성이가 되어 뛰놀던 골목에는 마른 갈대 잎만 굴러다녔고, 낮은 돌담 위로 늘어졌던 호박넝쿨도 검게 말라붙어 있었다.

풍은 낯선 폐허를 보는 것보다 더 깊은 두려움을 느꼈고 이곳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어디에서 개가 짖어야 하고, 어느 집 굴뚝에서 먼저 연기가 올라야 하며, 어느 담장 너머에서 절구질 소리가 들려야 하는지 기억하는데 그 모든 것이 사라져 있었다.

마을 전체가 숨을 죽인 채 무언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듯했다.

“저 아래 푸른 기와가 얹힌 집이 동구 할멈 댁입니다.”

풍이 골목 안쪽을 가리켰다. 멀리 보이는 지붕 한 귀퉁이가 예전보다 푹 내려앉아 있었고, 처마 밑에는 할멈이 늘 말려 두던 약초 다발도 보이지 않았다.

“먼저 가 보겠느냐?”

현허의 물음에 풍은 당장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눌렀고 마을의 정적이 이상한 만큼 혼자 움직여서는 안 되었다.

“가는 길에 살펴보겠습니다. 황우네 집도 저 골목 끝에 있으니…….”

말끝이 흐려졌고 황우가 아직 그 집에 있는지, 살아 있기나 한지 알 수 없었다. 풍은 손을 말아 쥐었다가 천천히 폈다.

마을 어귀에 들어선 세 사람은 걸음을 늦췄다. 대낮인데도 집들은 태반이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었으며, 어쩌다 골목에서 마주치는 주민도 낯선 일행을 보자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풍은 그 얼굴들을 살폈고 희미하게 기억나는 눈매가 있었고, 어린 시절 보았던 누군가의 아버지를 닮은 사내도 있었다. 하지만 다섯 해 동안 땅속에 갇혀 있다가 다시 세 해를 산정상에서 보낸 풍은 키도 몸집도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더구나 주민들은 낯선 무복 차림의 세 사람을 알아보려 하기보다 화를 피해 달아나기에 바빴다.

“저…….”

풍이 한 사내에게 다가가려 하자 상대는 흠칫 놀라 문 안으로 몸을 숨겼고 빗장이 걸리는 소리가 골목에 울렸고, 그 소리에 놀란 듯 맞은편 창문마저 급히 닫혔다.

풍은 뻗었던 손을 거두었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서운하기보다, 사람을 이토록 겁먹게 만든 일이 무엇인지 두려웠다.

기맥을 보는 눈으로 주위를 살피자 굳게 닫힌 문 너머마다 희미한 기운이 웅크리고 있었다.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한 듯 가늘어진 기운, 잠들지 못한 채 날카롭게 떨리는 기운이 집집마다 엉켜 있었다. 오래도록 공포에 짓눌린 사람들의 생기는 불씨가 꺼져 가는 화로처럼 위태로웠다.

그때 골목 저편에서 물동이를 든 노파가 나타났고 풍은 순간 동구 할멈인가 싶어 눈을 크게 떴으나, 가까워질수록 낯선 얼굴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현허가 노파를 놀라게 하지 않으려 지팡이를 세우고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

“말씀 좀 묻겠소. 요즘 이 마을에서 사람이 사라진다 들었는데…….”

노파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고 물동이 안의 물이 철렁일 만큼 손을 떨던 그녀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저 해가 지거든 절대 밖에 나오지 마세요. 그뿐입니다.”

“동구에 사는 할멈 하나와 황우라는 사내를 아십니까?”

풍이 다급히 물었지만 노파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를 한 번 올려다본 뒤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골목 안으로 사라졌고, 잠시 후 문 닫히는 소리와 빗장 거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풍은 쫓아가지 못한 채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았고 이름을 듣고도 모른다고 한 것인지, 말할 수 없었던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분위기가 영 흉흉하네요.”

아영이 목소리를 낮추며 풍의 곁으로 붙었다. 산을 내려올 때만 해도 눈에 띄는 것마다 묻고 떠들던 아영이었으나, 노하촌에 들어선 뒤로는 말수가 부쩍 줄어 있었다.

“먼저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가자꾸나.”

현허가 마을 한복판을 가리켰다.

“저런 곳일수록 사람들의 입은 무거워도 소문은 한곳으로 모이는 법이니. 네가 찾는 이들의 소식도 들을 수 있을 게다.”

그곳에는 풍도 기억하는 허름한 주점이 있었다. 어릴 적에는 문 앞에 술독이 줄지어 놓였고 해 질 녘이면 떠드는 소리가 강가까지 들리곤 했는데, 지금은 낡은 깃발의 술 주(酒) 자가 반쯤 지워진 채 바람에 힘없이 흔들릴 뿐이었다.

삐걱이는 문을 밀고 들어선 순간, 풍은 문지방을 넘던 자세 그대로 멈춰 섰다.

손님이라곤 몇 되지 않는 휑한 주점이었고 그 한구석에는 검은 무복을 입은 젊은 사내가 홀로 앉아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사내를 휘감은 기운은 풍이 지금껏 본 어떤 것과도 달랐고 검붉다 못해 거의 새카만 기운이 몸 안팎으로 깊고 사납게 흐르는데도, 한 줄기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 오랜 세월 피와 어둠 속에서 벼려진 칼을 사람의 형상 안에 억지로 담아 놓은 듯했다.

산정상에서 마기의 빛깔과 흐름을 배운 적은 있었지만 저토록 짙고 무거운 것은 처음이었고 풍은 목이 바싹 마르는 것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앞장서던 현허도 찰나 동안 발걸음을 멈췄고 영문을 모르는 아영마저 두 사람의 굳은 얼굴을 살피더니 입을 다물고 숨을 죽였다.

풍의 시선을 느꼈는지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휑한 주점을 가로질러 두 사람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깊고 차가운 눈이었고 풍을 꿰뚫는 시선에 칼날 같은 예기가 번뜩이자 등줄기를 따라 서늘한 감각이 흘러내렸다. 마치 풍이 자신의 기운을 들여다보았다는 사실까지 알아챈 듯했다.

저 사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 자리의 누구든 단숨에 벨 수 있었으며 까닭을 설명할 수 없었으나 풍의 몸이 먼저 그 사실을 알아보았다.

먼저 시선을 거둔 쪽은 사내였고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술잔으로 눈을 내렸고, 그 무심한 태도가 오히려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현허가 풍의 어깨를 가볍게 짚었다.

“우선 앉자. 소란을 피울 곳이 아니다.”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어깨에 닿은 손끝에는 미세한 긴장이 배어 있었으며 세 사람은 사내와 멀찍이 떨어진 구석 자리에 앉았고, 현허는 풍에게만 들리도록 낮게 일렀다.

“저자에게서 눈은 떼되, 기척만은 놓치지 말거라. 저런 자는 언제 칼이 될지 모르는 법이니.”

풍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점 안을 살폈고 몇 안 되는 손님들은 술잔만 만지작거렸고, 주모는 같은 탁자를 몇 번이나 닦으면서 문 쪽을 흘끔거렸다. 풍의 기억 속에서 호탕하게 웃으며 술상을 나르던 예전 주모는 보이지 않았고 주인이 바뀐 것인지, 그 사람마저 사라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손님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사람이 사라지는 밤만이 아닌 듯했다. 누구도 구석의 사내 쪽으로 눈길을 주지 않았고, 실수로 몸이 그쪽을 향하기라도 하면 화들짝 놀라 자세를 고쳤다.

현허는 술과 간단한 안주를 시킨 뒤 주모에게 넌지시 말을 붙였다.

“보아하니 마을이 영 어수선하구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게요?”

행주를 쥔 주모의 손이 멈칫했고 그녀는 주점 안을 한 차례 둘러보고서야 몸을 숙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객인께서는 모르고 오셨소? 요즘 이 마을에선 사람이 사라집니다. 밤만 되면.”

“사람이 사라진다?”

“벌써 열도 넘게 없어졌소. 멀쩡하던 이들이 자다가 감쪽같이 사라지는데, 싸운 흔적도 없고 비명을 들었다는 사람도 없지. 관아는 손을 놨고 정파 나리들도 코빼기 한 번 안 비칩니다. 해가 지면 문을 걸어 잠그고 숨죽이는 것 말고, 우리 같은 것들이 뭘 할 수 있겠소.”

풍은 저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동구의 할멈과 황우도 사라진 사람들 가운데 있습니까?”

주모의 시선이 풍에게 향했고 어디선가 본 얼굴을 더듬는 듯 잠시 눈을 가늘게 뜨던 그녀는 이내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 이름들을 어떻게 아시오?”

“저도 이 마을 사람입니다. 오래전에 떠났지만…….”

풍이 답하자 주모의 눈빛이 흔들렸고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으나, 구석의 사내를 의식한 듯 곧 입을 굳게 다물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오.”

그녀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더는 묻지 말라는 뜻이 분명했지만, 풍은 주모가 두 사람의 이름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영이 탁자 아래에서 풍의 소매를 슬며시 붙잡았고 평소의 당돌함은 온데간데없이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나, 여기 좀 무서워.”

풍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으나 마음은 편치 않았고 사람이 열 명 넘게 사라졌는데도 관아와 정파가 외면한 마을이었다. 힘 있는 자들이 손을 놓은 사이, 자신이 뛰놀던 골목의 사람들은 다음 차례가 자신이 아니기만을 바라며 밤을 견디고 있었다.

그때 구석의 사내가 술잔을 내려놓았다.

탁.

작은 소리가 고요한 주점 안에 유난히 또렷하게 울렸고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술값을 탁자에 놓자 손님들의 어깨가 약속이라도 한 듯 굳어졌다.

그는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공교롭게도 풍이 앉은 자리 곁을 스쳐 가는 길이었다.

풍은 숨을 죽였고 가까이 다가온 사내는 생각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기껏해야 풍과 비슷한 또래였으나 몸을 휘감은 검붉은 기운만큼은 산전수전을 겪은 노고수의 것처럼 짙고 무거웠다.

어떻게 저 나이에 저토록 강한 마기를 품을 수 있단 말인가. 풍은 눈앞의 기운을 읽으려 했지만, 깊이를 가늠할수록 끝없는 구덩이를 들여다보는 듯한 아찔함만 커졌다.

사내의 발걸음이 풍의 곁에서 아주 잠깐 느려졌고 우연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분명한 머뭇거림이었다.

“방금, 무얼 봤지?”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풍에게만 들릴 만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풍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알아챘고 자신이 그의 기운을 보았다는 것을.

풍이 대답하지 못하자 사내는 곁눈으로 내려다보았고 서늘한 눈빛 속에서 칼날 같은 예기가 한순간 번뜩였다.

“쓸데없는 곳에 눈을 두면 언젠가 그 눈을 잃는 수가 있어.”

사내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무심하게 덧붙였다.

“충고다.”

그 한마디를 끝으로 사내는 미련 없이 주점을 나섰고 삐걱거리는 문이 닫히고 발소리마저 멀어진 뒤에야 풍은 참았던 숨을 길게 토해 냈다.

“단풍아, 방금 저 사람이 너한테 뭐라고 한 거야?”

아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지만, 풍은 기맥을 보는 눈을 들켰다는 말을 하면 그녀가 더 불안해할 것 같아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태연한 척했으나 등줄기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배어 있었으며 현허는 그런 풍의 얼굴을 살피더니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보았느냐, 단풍아. 저자에게서 풍기던 기운을.”

“예. 지금껏 본 적 없는 검붉은 기운이었습니다. 너무 깊어서 끝이 보이지도 않았어요.”

“마기다. 그것도 보통 마기가 아니야.”

현허의 시선이 닫힌 문으로 향했다.

“저 어린 나이에 그만한 마공을 익혔다면, 마교 안에서도 손꼽히는 자일 게다.”

마교의 칼이 우리 마을을 어슬렁거리고 있었으며 그것도 현허가 경계할 만큼 강한 자가.

노하촌의 실종이 마교와 무관하지 않다는 첫 단서일 수도 있었지만, 풍의 의문은 오히려 더 커졌고 한낱 변경의 작은 마을에 저만한 고수가 어째서 직접 나타났을까. 사람 몇을 납치하는 데 필요한 무력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고, 그렇다면 그가 찾는 것은 실종자들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일지도 몰랐다.

“단풍아, 아영아. 이 일은 생각보다 어렵고 복잡할 듯하구나.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할 게야.”

현허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고 아영도 더는 투정을 부리지 않고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풍은 사내가 사라진 주점 문을 오래 바라보았다. 문 너머에는 동구 할멈의 집과 황우의 흔적을 확인해야 할 골목이 있었고, 해가 지면 사람이 사라진다는 우리 마을의 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두려움과는 다른 묘한 감정이 가슴 한구석에서 일렁였고 자신의 눈으로도 끝을 다 읽어 내지 못한 상대는 현허를 제외하면 그 사내가 처음이었다.

‘저자…… 대체 누구지?’

회차 끝 10

ReNovels · 한 회차씩, 이야기 속으로.

회차 이야기

댓글은 검토 후 공개됩니다.

감상을 남겨 주세요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