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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

완결77 회차한국어

이야기 소개

작품 소개

산골에서 약초를 캐어 살던 소년 단풍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오른 산길에서 바닥이 보이지 않는 구덩이로 떨어진다. 빛도 시간도 들지 않는 그 땅속에서 소년이 얻은 것은 금과 은, 두 개의 반지였다.

반지는 풍의 몸을 거대한 힘을 담고도 무너지지 않을 그릇으로 고쳐 놓았고, 다섯 해 동안 그 안을 내공과 감각으로 채웠다. 마침내 땅 위로 올라왔을 때, 풍은 자신이 무엇이 되었는지도 모르는 채 이미 강호의 기준을 훌쩍 넘어서 있었다. 기맥의 흐름을 읽는 눈까지 지닌 그 소년을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무림맹의 원로 자리를 내려놓은 노고수 현허였다.

현허의 산정상에서 보낸 세 해가 풍에게 준 것은 무공만이 아니었다. 좀처럼 그를 인정하려 들지 않던 동무 아영이 있었고, 제 힘이 누군가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첫 협행이 있었다. 그리고 세 사람이 산을 내려와 닿은 변경의 노하촌에서, 풍은 사람이 짐짝처럼 실려 나가는 어둠과 마주한다. 그 어둠을 쥔 손은 마교만의 것이 아니었다.

같은 밤, 그 마을에는 또 한 사람이 있었다. 마기를 품은 도를 쓰는 사내 혈혼 — 마교의 칼이면서 마교의 사람을 베러 온 자. 적이라 부르기엔 사람 살릴 길을 일러 주었고 아군이라 부르기엔 너무도 차갑던 그를, 풍은 오래도록 마음에 두게 된다.

노하촌의 길고 어두운 밤을 지나, 풍의 걸음은 무림맹으로 향한다. 든든한 스승과 당돌한 동무, 넉살 좋은 거지 하나를 곁에 두고 올라선 비무대 위에서 풍은 남궁휘와 당월, 진현을 차례로 넘어섰다. 마지막 날 화산의 매화검수까지 꺾었을 때, 이름 없는 약초꾼 소년의 이름은 하룻밤 사이에 천하의 것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풍이 우승패보다 먼저 확인한 것은 왼쪽 옷깃에 꿰매 둔 장부 조각이었다. 이름이 커질수록 그를 좇는 시선도 선명해졌고, 찻집과 골목 어귀에는 늘 같은 얼굴이 앉아 있었다. 비무대 위의 오만하던 검재 남궁휘가 술병을 들고 찾아와 벗이 되는 사이, 풍은 송진과 방원이 고른 몇 안 되는 사람들과 함께 장로원의 그림자를 은밀히 좇기 시작한다. 증거와 증인이 한꺼번에 사라지지 않도록, 넷은 저마다 다른 길을 택했다.

그림자가 먼저 움직였다. 한밤의 별채를 덮친 습격을 피해 장로원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간 풍은, 마기를 두른 복면인의 일격 아래에서 끝내 장부를 손에 넣는다. 동구 할멈과 황우, 북송과 선별이라는 두 글자 아래 사라진 이들의 이름이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힘으로 빼앗는 것과 세상이 믿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싸움이었다. 장부를 천하에 드러낼 길을 찾아, 풍은 처음으로 사람을 모으기 시작한다 — 목숨을 건 맹세가 아니라, 각자 확인한 사실만은 숨기지 않겠다는 까다로운 동맹을.

천하의 명숙들이 모인 군웅대회에서 장부를 드러내려던 풍의 앞을 복면 호법과 마인들의 습격이 가로막는다. 증거를 지키고 싸움을 수습한 뒤에도, 북송된 사람들이 어디로 옮겨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풍과 현허, 아영은 변경으로 향하고, 개방의 막동과 사도련의 장위, 당월이 서로 다른 길에서 얻은 단서를 맞대기 시작한다. 혈면의 소굴에서 피해자들을 구해 냈으나, 그가 남긴 북곡이라는 이름은 다음 길을 가리키는 증언인지 추격자를 부르는 미끼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고을을 덮친 수라의 습격은 풍에게 힘만으로는 모두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남긴다. 부상당한 몸과 기맥시, 양강의 한계를 견디며 그가 먼저 장부에 적은 것은 끌려간 구칠과 서 노인, 의원 조수 방필의 이름이었다. 신발과 바퀴 자국, 검은 모래와 흰 돌가루를 하나씩 대조하는 추적은 하류 나루로 이어진다. 정파와 사파가 누구 편인지 따지기 전에 누구를 찾으러 왔는지를 확인하게 하려는 풍의 앞에, 마교는 다시 유인의 흔적을 남긴다.

끌려간 사람들의 흔적을 좇는 길에서 정파와 사파는 서로의 등을 맡기는 연합을 만든다. 매복을 뚫고 일부 포로를 구해도 구칠과 서 노인, 먼저 북곡으로 옮겨진 이들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는다. 혈겁마군과 맞선 싸움 뒤에 남은 것은 더 깊어진 상처와 네 사람의 무덤이었다. 당장 추격에 나설 수 없는 풍에게, 오래된 답사본과 세 획의 표식은 산맥 속 석문으로 향하는 다른 길을 열어 준다.

석문 안에서 풍은 검의 초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베기 전에 정해지는 방향을 붙들려 한다. 그러나 얻은 깨달음은 회복이 아니었다. 기맥은 더 손상되고 오른팔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그를 구해 낸 현허와 아영, 장위까지 위협할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날아든 피 묻은 전령은 연합 본진의 피습을 알린다. 북곡의 사람들을 찾기 위해서라도 먼저 살아 있는 동료와 추격의 근거지를 지켜야 한다고 판단한 일행 앞에, 본진을 뒤덮은 검붉은 불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북곡의 포로를 좇는 길은 조작된 전서와 북방의 냉기를 지나, 서 노인이 갇힌 설산으로 이어진다. 풍은 동료들과 포로들을 구하고, 북해빙궁이 마을을 얼리고 물에 잠기게 하려는 계획을 물길을 바꾸어 막는다. 그러나 빙제와 정면으로 무공을 겨뤄 이긴 것은 아니었고, 남만의 야수왕도 붙잡지 못했다. 부상이 낫지 않은 풍이 돌아와 내놓은 것은 자신을 믿고 병력을 맡기라는 약속이 아니라, 어느 한 세력도 전체를 독단으로 지휘할 수 없게 하는 조건이었다. 포로와 구출자는 함께 관리하고, 명령과 피해 기록은 서로 다른 세력이 남긴다. 한 계절 동안의 조건부 공동전선이 서쪽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첫 파견대를 보낸다.

서쪽 황야에서는 향과 소리, 지형을 이용한 환영이 사람들을 갈라놓으려 한다. 풍은 자신의 눈도 속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밧줄과 기록, 동료들이 확인한 흔적을 맞대어 숨어 있던 술법승을 찾아낸다. 그날 허락된 한 호흡의 기맥시는 이미 소진됐다. 더 큰 거울 진에서 활불이 내세운 불사는, 같은 얼굴로 꾸민 다른 사람들을 약물로 죽을 때까지 부리고 교대시키는 속임수였다. 교대병의 호흡을 붙든 검은 사리와 마교 호법 앞에서 풍의 상한 기맥은 강제로 흔들린다. 검기 금지가 풀린 것은 아니지만, 풍은 왼손에 쥔 검으로 순백의 검기 한 줄기를 받아 내고 오른팔의 감각을 잃어 간다. 동료들이 길을 열고 장위가 금속함 속 사리를 드러낸 순간에도, 마지막 베기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장위가 드러낸 검은 사리를 풍이 부수는 순간까지, 동료들은 호법의 공격을 막고 교대병들의 호흡을 붙든다. 살아남은 활불과 포로들을 어느 한 세력도 독단으로 옮기거나 심문할 수 없게 지킨 뒤에도, 귀환길의 바다에서는 수중 진법과 선단의 공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희생 끝에 확보한 조수표와 포로 회수 명령, 천마산 집결 지시는 따로 보이던 증거들을 한곳으로 모은다. 그러나 인장의 진위와 명령의 주인까지 밝혀진 것은 아니었다. 부상자와 포로를 남겨 지킬 사람들을 정한 연합의 선발대가, 길이 닫히기 전에 천마산으로 향한다.

마전에서 풍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 힘을 끌어올리는 천마와 마주한다. 오른팔의 감각도 돌아오지 않은 채, 현허가 열어 준 시작에서 자기 심장 박자를 골라 몸과 기운을 한 호흡 동안 맞물리게 하지만, 그 돌파를 다시 쓸 몸은 남지 않았다. 회전축을 붙든 혈혼에게 필요한 한 칼은 천마를 베는 복수의 칼이 아니라, 포로들을 묶은 검은 핀을 끊는 칼이었다. 풍과 동료들이 힘을 나누어 받아 낸 끝에 현장의 다섯 사람은 모두 살아남는다. 그러나 북쪽과 안쪽의 잠금은 남아 있고, 압력이 몰린 검은 핵 아래에서는 물결과 비늘무늬가 새겨진 오래된 석문이 드러난다. 산 아래의 목숨들을 구할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북쪽 연결과 검은 핵을 함께 떼어 내기 위해, 풍과 동료들은 일곱 차례에 걸쳐 힘과 압력을 나눈다. 현장의 다섯 사람은 살아남고, 천마는 모두의 손이 겹친 마지막 공격 끝에 죽는다. 그러나 무너지는 봉인과 산 아래의 구조는 남아 있었다. 풍은 공모망을 밝힐 핵을 지키려 살아 있는 사람을 버릴 수 없다고 말한다. 핵의 무게를 떼어 낸 끝에 서쪽 갱도의 여섯 사람과 구조대가 올라오고, 핵은 중간 암반턱에 걸린 채 당장은 회수할 수 없는 증거로 남는다.

지상에서 열릴 공개 대조를 앞두고 가짜 경계패를 지닌 화약 수레가 증거를 덮친다. 불탄 전령표의 조각과 교주의 장부, 수로도 탁본, 살아남은 운반꾼의 말은 열일곱 번째 북쪽 수로에서 피해자들이 따로 인계되었음을 교차 입증한다. 독고무흔의 명의로 운영된 전달망은 확인되지만 그가 직접 내린 명령과 생사, 행방까지 확정되지는 않는다. 풍은 함께 사람을 구한 혈혼의 과거도 감추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다. 혈혼이 사람을 살린 일과 봉쇄로 죽음을 낳은 일은 같은 기록에 남고, 어느 한쪽도 다른 쪽을 지우지 않는다.

치료는 승리의 보상처럼 오지 않는다. 풍은 몸을 일으킨 다음 날 다시 누워야 하고, 도움을 청하는 방울을 울리는 법과 왼손으로 이름을 옮겨 적는 법을 배운다. 마흔여드레째에 황우가 살아 발견되지만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고 손의 떨림도 심하다. 백일째에도 풍의 운공 금지는 풀리지 않는다. 오른팔과 왼쪽 시야에는 한계가 남고 다시 싸울 수 있을지도 장담하지 못한다. 빈 약초 바구니만 들 수 있다는 조건 아래, 풍은 현허와 아영의 도움을 받아 수레로 노하촌에 돌아온다.

영구 지지 기둥과 수문을 세운 용맥 봉인은 계속 점검받고, 회수된 검은 핵은 정파와 사도련이 열쇠를 나누어 보관하는 격리실로 옮겨진다. 피해자 감시인에게도 상태를 확인하고 개방을 막을 권한이 주어진다. 하후강의 자금과 물자 거래는 입증되지만 직접 명령과 장로원 공모의 범위는 별도로 심리 중이며, 독고무흔의 생사와 행방도 미해결로 남는다. 풍과 황우, 아영은 이름과 나이를 맞대고 빈칸을 줄인다. 풍은 자신이 보지 못한 일에 증언을 보태지 않고 혈혼의 다음 진술도 계속 읽는다.

귀향 뒤 큰비가 옛 약초길을 끊자, 사람들은 다시 무신이 달려가 주기를 기다린다. 풍은 힘이 들어가지 않는 오른손으로 밧줄을 받는 대신 아영에게 올라가는 일을 부탁하고, 황우와 함께 지도와 물길을 짚는다. 마을 사람들이 막힌 도랑을 열고 서로의 발밑을 살피는 동안 풍은 약재를 가려내며 구조를 돕는다. 약을 먹인 아이가 곧장 낫는 것은 아니지만, 긴 밤이 지나 물을 찾고 며칠 뒤에는 제 발로 걸어 나온다. 무신 대신 풍 형이라고 불러 달라는 소년은 지팡이와 수레, 함께 걷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약초길로 향한다. 모두가 닿을 때까지 기다린 뒤 가리킨 것은, 아영이 먼저 살펴 둔 완만한 굽이 너머의 길이다.

회차 77

최신순
  1. 77제77화 무신(武神) 〈終〉
  2. 76제76화 여명(黎明)
  3. 75제75화 용(龍)
  4. 74제74화 최후(最後)
  5. 73제73화 천마강림(天魔降臨)
  6. 72제72화 일도(一刀)
  7. 71제71화 마신(魔神)
  8. 70제70화 생사경(生死境)
  9. 69제69화 교주(敎主)
  10. 68제68화 혈전(血戰)
  11. 67제67화 출정(出征)
  12. 66제66화 동해(東海)
  13. 65제65화 귀환(歸還)
  14. 64제64화 진명(眞名)
  15. 63제63화 도(刀)
  16. 62제62화 불사(不死)
  17. 61제61화 환영(幻影)
  18. 60제60화 동맹(同盟)
  19. 59제59화 남만(南蠻)
  20. 58제58화 만년설(萬年雪)
  21. 57제57화 북풍(北風)
  22. 56제56화 전운(戰雲)
  23. 55제55화 흔들림
  24. 54제54화 거울
  25. 53제53화 설욕(雪辱)
  26. 52제52화 귀환(歸還)
  27. 51제51화 비상(飛上)
  28. 50제50화 의지(意志)
  29. 49제49화 석문(石門)
  30. 48제48화 전설(傳說)
  31. 47제47화 혈겁(血劫)
  32. 46제46화 동행(同行)
  33. 45제45화 매복(埋伏)
  34. 44제44화 회맹(會盟)
  35. 43제43화 부름
  36. 42제42화 길
  37. 41제41화 수라(修羅)
  38. 40제40화 벼리다
  39. 39제39화 등불
  40. 38제38화 소굴(巢窟)
  41. 37제37화 합공(合攻)
  42. 36제36화 사도(邪道)
  43. 35제35화 여명(黎明)
  44. 34제34화 버린 패
  45. 33제33화 가면(假面)
  46. 32제32화 동맹(同盟)
  47. 31제31화 활로(活路)
  48. 30제30화 밀실(密室)
  49. 29제29화 야습(夜襲)
  50. 28제28화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