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시골 마을의 외곽, 아침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산길을 한 소년이 오르고 있었다. 등에는 낡은 약초 바구니가, 허리춤에는 손때 묻은 작은 호미 하나가 걸음을 따라 달랑거렸다.
소년의 이름은 풍이었다. 성은 단(單)가, 단풍.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그저 ‘풍이’라 정답게 불렀다.
풍이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다른 마을로 물건을 팔러 갔다가 산적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홀로 남은 어머니는 온갖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풍을 키웠으나, 그 고된 세월이 끝내 몸을 좀먹었는지 병으로 자리에 누웠고, 얼마 못 가 풍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어린 풍을 거둬 줄 친척 하나 없었다. 당장 끼니를 잇는 것이, 어린 소년에게는 매일의 싸움이었다. 그런데도 풍은 좀처럼 웃음을 잃지 않았다. ‘웃는 얼굴엔 복이 깃든다’던 어머니의 말을, 풍은 아직도 가슴 한편에 고이 품고 있었다.
그런 풍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 준 것은, 마을 어귀에서 약초 가게를 하는 황우 아저씨였다.
“풍아, 오늘도 산에 가는 거니?”
가게 앞을 쓸던 황우가 비질을 멈추고 풍을 불러 세웠다. 주름진 얼굴에 사람 좋은 웃음이 걸려 있었다.
“네! 황우 아저씨. 어제 산에서 내려오다가 약초 한 무더기를 봐 뒀거든요. 헤헤.”
“그래, 그래. 한데 산을 오를 땐 늘 조심하고, 아직은 너무 높이까진 올라가지 말거라. 늦지 않게 내려오는 것도 잊지 말고. 알았지?”
“네, 조심할게요. 언제나 감사해요!”
풍은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다시 가벼운 걸음으로 산길로 접어들었다.
황우는 풍의 어머니가 살아 있을 적부터 이것저것 도움을 아끼지 않던 사람이었다. 너무 어린 풍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으나, 황우는 야트막한 산에서도 손쉽게 캘 수 있는 약초들을 일러 주었고, 그 모양과 쓰임, 캘 때 주의할 점까지 자상히 가르쳐 주었다. 그 덕에 풍은 어린 나이에도 제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풍이 마냥 받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풍은 캔 약초 가운데 성한 것들을 늘 황우의 가게에 가장 먼저 내놓았고, 가게 일이 바쁜 날이면 묻지도 않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풍을 두고, 부모 복은 없어도 심성 하나는 비단결이라며 칭찬을 하곤 했다.
오늘따라 풍의 발걸음은 유난히 가벼웠다. 어제 내려오는 길에 봐 둔 그 약초 무더기 때문이었다.
“그 무더기만 전부 캐 가도 며칠은 굶을 걱정이 없겠지. 헤헤, 어서 가자.”
풍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부지런히 산을 올랐다. 평소 다니던 길보다 조금 더 깊은 곳이었지만, 큰 약초를 캐 갈 욕심에 발걸음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산은 오를수록 인적이 끊기고, 나무는 더욱 빽빽해졌다.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이런 깊은 곳까지는 한사코 말렸을 터였다. 그러나 풍에게는 약초 한 뿌리가 곧 하루치 끼니였다. 무서움보다, 배고픔이 늘 한 발 앞섰다.
이윽고 어제의 그 자리에 다다른 풍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어. 이것들, 꽤 비싸게 받을 수 있겠는데?”
책에서나 봤지 실제로 마주한 것은 처음인 약초들이었다. 풍은 잔뜩 들뜬 손길로, 그러나 조심스럽게 약초를 캐기 시작했다.
약초란 본디 상처 없이 깨끗하게 캐내야 제값을 받는 법이다. 비싸고 귀한 것일수록 더욱 그랬다. 풍은 황우에게 배운 대로 뿌리가 다치지 않게 흙을 살살 들어냈다. 한 뿌리, 또 한 뿌리. 바구니가 차오를 때마다 입가의 웃음도 짙어졌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문득 풍의 눈에, 유난히 독특한 약초 하나가 들어왔다. 다른 것들과 달리, 꽃 한 송이가 너무도 당당하게 꼿꼿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빛깔이 어찌나 고운지, 그늘진 수풀 속에서도 그것만은 홀로 환하게 빛나는 듯했다.
“오오… 이건 또 처음 보는데. 굉장히 비싸 보이는걸.”
풍은 홀린 듯 그 꽃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본 꽃은 더욱 매혹적이었다. 어쩐지 그 꽃이, 저를 가만히 부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풍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살며시 그 꽃잎을 매만졌다.
그 순간이었다. 발밑의 땅이 우르릉, 무겁게 울리더니 — 풍이 선 자리가 통째로 꺼져 내렸다.
“으아아악―!”
비명조차 길게 잇지 못했다. 풍의 몸은 그대로 캄캄한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사방을 더듬어 봐도 잡히는 것 하나 없었고, 그저 바람이 귓전을 찢을 듯 스쳐 갈 뿐이었다.
한참을 떨어지던 풍이 문득 이상함을 느낀 것은,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였다. 본디 땅이 꺼졌으면 그 구멍으로 하늘빛이 비쳐야 마땅하건만, 풍이 떨어져 내린 굴의 입구는 어느새 흙으로 빈틈없이 덮여 있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닫아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등골이 오싹했다. 그러나 그 의문을 곱씹을 새도 없이, 풍의 몸은 끝도 없이 아래로, 또 아래로 떨어졌다. 어둠은 깊고, 추락은 길었다.
풍은 운이 좋았다. 까마득한 추락의 끝에 기다린 것은 단단한 바닥이 아니라, 우물처럼 깊이 고인 물웅덩이였다. 풍은 요란한 물보라와 함께 그 속으로 처박혔다.
숨이 턱 막혔다. 한참을 허우적댄 끝에 가까스로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민 풍은, 가쁜 숨을 연거푸 몰아쉬었다. 죽다 살아난 것이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조금 전 그 값비싼 꽃도 함께 떨어졌는지 풍의 곁에 둥실 떠 있었다.
“…살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풍은 일단 꽃부터 챙겨, 가까스로 웅덩이 밖으로 기어올랐다. 사방은 칠흑처럼 어두웠으나, 눈이 차츰 어둠에 익숙해지자 어렴풋한 윤곽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웅덩이 옆으로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날 만한 좁은 길이 나 있었다. 돌벽이 매끈한 것이, 결코 자연히 생긴 길 같지는 않았다. 풍은 떨어진 곳을 다시 한 번 올려다보았으나, 그 높이를 가늠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다시 기어오를 방도는 없었다.
“어차피 위로는 못 가니…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디로든 나가지겠지.”
풍은 떨리는 마음을 애써 다잡고, 좁은 길을 따라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제 발소리만이 텅 빈 어둠 속에 또박또박 울렸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풍은 어머니가 가르쳐 준 그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웃는 얼굴엔 복이 깃든다고. 지금은 도무지 웃을 수가 없었지만.
얼마나 걸었을까. 좁던 길이 문득 넓게 트이며, 제법 너른 공동(空洞)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풍은 우뚝 걸음을 멈췄다.
텅 빈 공동의 중앙에, 막 벗어 둔 듯 깨끗한 의복 한 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 앞으로는 반지 두 개와, 손바닥만 한 서책 한 권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먼지 한 톨 앉지 않은 것이, 방금 전까지 사람이 있었던 것만 같았다.
“누가… 있었던 건가? 한데 사람은 어디로 갔지?”
풍은 절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옷과 물건만 덩그러니 남고, 정작 주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깊은 땅속에서, 사람이 옷만 벗어 두고 사라질 수 있는 곳이 있던가.
그러나 호기심은 두려움보다 한 발 빨랐다. 풍은 한참을 망설이다, 조심스레 다가가 서책부터 집어 들었다. 빛바랜 첫 장에는, 단정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내가 가졌던 힘의 근원을 이곳에 남긴다. 그대가 무엇을 바라든 능히 이룰 것이며, 원한다면 천하마저 굽어볼 수 있으리라. 허나 나의 바람은, 모든 것을 얻되 천하를 호령하기보다 — 누구보다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었노라.
풍은 그 글을 읽고도 무슨 뜻인지 절반도 헤아리지 못했다.
“힘의 근원? 이 반지가… 그렇게 값진 거란 말인가?”
풍이 고개를 갸웃하며 책장을 넘기자, 다음 장에는 짤막한 글귀가 더 적혀 있었다.
금색 반지는 왼손 검지에, 은색 반지는 오른손 검지에 끼울 것.
“엥, 끼는 법까지 친절히 적어 놨네. …한번 껴 볼까?”
사실 풍의 머릿속을 채운 것은 거창한 ‘힘’ 따위가 아니었다. 이 귀해 보이는 반지를 마을에 가져가 팔면 한동안은 약초를 캐지 않아도 되겠다는, 그저 그런 생각뿐이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풍은, 서책에 적힌 대로 반지를 나눠 끼웠다. 금색은 왼손 검지에, 은색은 오른손 검지에.
양손에 반지가 모두 자리한, 바로 그 순간이었다. 풍의 온몸이 돌처럼 굳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고, 비명을 지르려 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왼손 금색 반지의 보석에서, 번쩍― 하고 시린 빛이 터져 나왔다. 다음 순간, 풍은 전신을 꿰뚫는 끔찍한 고통에 휩싸였다.
손가락 끝에서 손목으로, 어깨로, 등줄기로… 마치 누군가 몸을 통째로 뜯어 다시 맞추기라도 하듯, 뼈마디 하나하나가 뒤틀리는 고통이었다. 풍은 악을 쓰고 싶었지만 입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만, 소리 없는 비명을 삼킬 뿐이었다.
‘사…살려…줘…’
그 말조차 끝맺지 못하고, 풍은 이내 정신을 잃었다.
기절한 풍의 몸은 그러나 가만히 있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뼈와 살을 매만지기라도 하듯, 뼈마디와 근육이 우두둑우두둑 뒤틀리고 다시 맞춰지기를 거듭했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 끔찍한 요동은 차츰 잦아들었다.
곧이어 이번에는 오른손 은색 반지가 빛을 발했다. 겉보기엔 조용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풍의 온몸 땀구멍에서 시커먼 땀이 줄줄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역한 냄새가 좁은 공동 안에 가득 찼다.
그것은, 몸속에 쌓인 온갖 탁한 것이 한꺼번에 씻겨 나오는 광경이었다. 이름을 몰랐을 뿐, 그날 풍의 몸은 이미 평범한 사람의 테를 벗고 있었다. 강호의 수많은 무인이 평생을 갈구하다 끝내 얻지 못하는 환골탈태(換骨奪胎)가, 한 소년의 몸속에서 조용히 완성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검은 땀으로 쏟아 낸 뒤에야, 풍의 몸은 비로소 잠잠해졌다. 고통에 일그러졌던 얼굴은 어느새 평온했고, 숨소리마저 새근새근 고르게 바뀌어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풍이 천천히 눈을 떴다.
“으… 어떻게 된 거지? 흡! 뭐야, 이 썩은 냄새는?”
풍의 주위에는 시커멓게 흘러내린 땀이 그대로 말라붙어 있었다. 풍은 제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온몸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어둠 속 돌벽의 결 하나하나가 손에 잡힐 듯 또렷했다. 심장은 고요했으나, 그 고요 속에는 산 하나를 밀어 낼 듯한 힘이 잠겨 있었다.
일단 이 역한 몸이라도 씻어야겠다 싶어, 풍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이었다. 다시 한 번 양손의 반지가 동시에 빛을 발했다.
그러자 풍의 몸은 제 뜻과 상관없이 도로 주저앉아, 반듯하게 가부좌를 틀고 두 눈을 감았다. 다행히 입만은 자유가 남아 있었는지,
“아니, 뭐냐고! 으으… 몸이, 몸이 안 움직인다고! 갑자기 왜 앉는 건데? 눈은 또 왜 감기고!”
그러나 풍의 발버둥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내 배꼽 아래 단전에서, 난생처음 느껴 보는 따뜻하고 낯선 기운이 천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기운의 이름을 풍은 몰랐다. 그러나 배꼽 아래에서 피어난 한 줄기 열기가 온몸을 돌 때마다, 소년의 몸은 한 겹씩 더 단단해졌다. 길고 혹독한 수련이 시작되고 있었다. 동시에, 세상에 내놓기엔 너무 이른 힘도 함께 깨어나고 있었다.
풍의 발버둥과는 상관없이, 단전에서 피어오른 기운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실처럼 보였던 기운은 이내 강물처럼 굵어졌고, 풍의 작은 몸은 그 거센 흐름을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럽게 받아 냈다.
그 낯선 기운은 풍의 단전에서 시작해, 온몸의 혈자리를 따라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았다. 막힌 길을 만나면 부드럽게 밀어 열었고, 좁은 길을 만나면 조용히 넓혔다.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어도, 풍은 그 흐름이 제 안의 무언가를 뿌리째 바꾸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한 바퀴를 돈 기운은 다시 같은 길을 돌았다. 두 번째에는 처음보다 한결 굵어졌고, 세 번째에는 풍의 숨결과 심장 박동까지 제 리듬 안으로 끌어들였다. 어느 막힌 길에 다다른 기운은 잠시 멈췄다가, 마치 오래 닫힌 문을 여는 손처럼 차분히 밀고 나아갔다.
이내 기운은 길을 넓히듯 밀어붙였고, 마침내 무언가를 뚫어내며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그 자리마다 살을 에는 고통이 일었지만,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는 전보다 훨씬 맑고 단단한 길이 남았다. 풍은 이를 악물고 견뎠다. 견디는 사이, 소년의 몸은 무인의 몸을 지나 괴물 같은 그릇으로 바뀌어 갔다.
그렇게 온몸을 한 바퀴 돈 기운은 가슴을 지나고 목을 지나 머리끝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단전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곧 몸 바깥에서 어떤 힘들이 스며들어 와, 그 기운과 서서히 하나로 녹아들었다.
그날부터, 풍의 기이한 나날이 시작되었다.
금색 반지가 빛나면, 풍의 몸은 제 뜻과 무관하게 어떤 동작들을 반복했다. 손을 뻗고, 발을 딛고, 허리를 틀고. 처음엔 영문도 모른 채 따라 할 뿐이었지만, 같은 동작을 수천수만 번 거듭하는 사이, 풍은 그 하나하나에 담긴 이치를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다.
그 동작이 끝나면 이번엔 은색 반지가 빛났다. 그러면 풍은 다시 가부좌를 틀고, 단전에 쌓인 기운을 정해진 길로 돌렸다. 배가 고프다 싶으면 몸은 저절로 동굴 밖으로 나가 사냥을 했고, 또다시 돌아와 같은 일과를 반복했다.
처음엔 그 모든 것이 무섭고 또 억울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제 몸이 멋대로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반지는 단 한 번도, 풍을 위험에 빠뜨린 적이 없었다. 사냥을 나가면 꼭 잡을 수 있는 짐승만을 노렸고, 운기를 할 때도 풍이 무너지기 직전의 한 걸음 앞에서 멈췄다. 그 절묘한 선을 넘나드는 수련 덕분에, 풍의 몸은 날마다 인간의 한계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땅속에는 낮도 밤도, 계절도 없었다. 풍은 며칠이 지났는지, 몇 달이 지났는지조차 셀 수 없었다. 그저 배가 고프면 사냥을 하고 졸리면 잠드는 것으로, 하루를 어림할 뿐이었다.
처음 얼마간은 서럽게 울기도 했다. 돌아갈 길 없는 어둠 속에서, 제 몸 하나 마음대로 못 하는 채로 갇혀 있다는 사실이 어린 풍을 자꾸만 무너뜨렸다. 잠드는 때를 밤이라 여기며 눈을 감으면, 어머니가, 황우 아저씨가, 햇살 따스하던 마을 어귀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그러나 울음으로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풍은 차츰, 우는 대신 견디는 법을 배웠다. 그러고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왕 갇힌 거, 이 반지가 보여 주는 것이라도 똑똑히 배워 두자고. 언젠가 이곳을 나가는 날, 빈손으로 나가긴 억울하지 않은가.
빛 한 줌 들지 않는 깊은 땅속에서, 한 소년의 길고 긴 이야기가 — 그렇게, 막 첫걸음을 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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