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신, 대장장이 강무진

제12장 — 화로에 불을 놓다

새벽 안개가 걷히기 전부터 도리아는 점토벽을 두드렸다.

손가락 관절로 두 번, 망치 자루로 한 번 두드려 둔탁한 소리를 들은 그는 아래쪽 벽에 귀를 붙였다. 밤새 말라붙은 점토에서는 갈라지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됐다.”

도리아가 수염에 묻은 흙가루를 털었다.

“이제 올려도 돼.”

강무진은 화로 바닥에 손을 얹었다. 중심에 남은 습기와 돌마다 다른 열팽창이 감각에 걸렸다.

“아래부터 말려야 합니다.”

“화로 서른두 개 지은 나도 안다.”

“저는 처음입니다.”

“그런데 왜 자네가 더 당당한가?”

두 사람은 말다툼을 손보다 먼저 끝냈다. 강무진이 열에 버틸 돌을 골라 건네면 도리아가 곡면을 쌓았고, 아이샤는 물기가 다른 점토를 나눴다. 해가 구릉 위로 오를 무렵 어깨 높이의 벽이 섰다.

문제는 바람이었다. 드워프식 쌍풀무를 만들 가죽도, 밟을 사람도 부족했다. 하나뿐인 청동 관을 곧게 꽂으면 불순물 많은 광석의 한쪽만 녹아 화로를 막을 터였다.

강무진은 관 끝을 약하게 달군 뒤 젖은 모래를 채워 완만하게 휘었다. 도리아는 그 관을 도면 위에 놓고 한참 수염을 쓸었다.

“불을 돌리겠다는 건 좋은데, 남서풍이 세지면 온도가 뛴다.”

구릉에서 내려온 실바나가 해 질 때까지 바람이 이어진다고 알렸다. 두 장인은 동시에 빈터를 보았다.

도리아가 넓은 공기통을 그렸고 강무진은 압력이 넘칠 때 열리는 추 달린 배출판을 덧그렸다. 자연풍을 가죽막에 모아 일정하게 만들고, 약해질 때만 작은 풀무 하나로 보충하는 구조였다.

“가죽 절반, 사람 하나.”

“다시 만들 때 쓰게 자재와 치수를 전부 기록하십시오.”

반나절 뒤 바람받이가 공기를 삼켰다. 첫 추는 무거워 열리지 않았고 둘째는 가벼워 바람을 모두 흘렸으나, 강무진이 세 번째 쇳덩이의 밀도를 맞추자 배출판은 압력이 찬 순간에만 손가락 한 마디 들렸다.

관에서 나온 바람이 화로 안의 재를 한 바퀴 휘감았다.

“됐다.”

“불을 넣어 봐야 압니다.”

도리아는 투덜거리면서도 입가를 내리지 못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전에 화로가 완성되었다.

강무진은 곧장 광석을 넣지 않고 잘 마른 잔가지와 숯가루로 약한 불부터 피웠다. 벽에 남은 습기가 천천히 빠져나오면서 점토 표면에 맺힌 물방울이 김이 되어 올랐다.

불을 세게 키우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었다. 로젠도, 라칸도, 아이샤도 화로 앞에서 기다렸고, 팔짱을 낀 도리아는 발끝으로 땅을 두드렸다.

강무진은 기다렸다.

점토 안쪽의 온도가 바깥과 비슷해질 때까지 숯을 조금씩 보태면서, 불길이 벽 한쪽을 핥으면 막대기로 숯을 흩었다. 송풍구를 열었다 닫으며 공기의 양도 조절했다.

해가 산마루에 닿자 남서풍이 불었다.

바람받이가 낮게 울리며 가죽막이 부풀었고, 청동 관에서는 길고 일정한 숨소리가 났다. 화로 안쪽의 불길은 한쪽으로 눕는 대신 벽을 따라 돌면서 붉은 원을 그리며 짙어졌다.

도리아가 풀무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그래도 불은 죽지 않았다.

“허.”

라칸이 귀를 세웠다.

“화로가 숨 쉬는 것 같군.”

“숨은 가죽이 쉽니다.”

강무진이 말했다.

도리아가 코웃음을 쳤다.

“그 가죽에 폐를 달아 준 게 누군데.”

온도가 충분히 오르자 두 사람은 숯과 잘게 부순 철광석을 번갈아 넣었다. 강무진이 불순물이 적은 결을 표시하면 도리아의 망치가 그 선을 갈랐다.

문제는 광석이 내려앉기 전에 청동 송풍관부터 무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바람을 줄이면 불이 죽는다.”

도리아가 젖은 천을 들자 강무진이 막았다.

“급히 식히면 관이 갈라집니다. 불길을 가운데로 옮기겠습니다.”

그는 화로 속 철 알갱이의 방향만 조금씩 틀었다. 녹기 시작한 철이 숯 사이로 모이며 공기의 길을 바꾸자 송풍구를 핥던 불길이 화로 중심으로 돌아섰다. 슬래그가 흐를 틈까지 남겨야 했기에 손목이 타는 듯 저렸고 숨이 짧아졌다.

“거기까지.”

도리아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강무진이 손을 거두었을 때 청동 관은 처지기 직전에서 멈췄고, 붉은 철덩이는 정확히 화로 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도리아는 배출판의 추를 옮겼다.

“바람은 셋으로 나눈다. 약불, 중불, 센불.”

“걸쇠 자리 셋이면 됩니다.”

둘은 서로를 보지 않고 말했다.

불은 해가 진 뒤까지 이어졌다.

마침내 도리아가 화로 아래의 출구를 열자 검붉은 슬래그가 먼저 흘러나왔다. 점성이 높았지만 막히지는 않았으며, 뒤이어 숯과 쇳가루가 뭉친 해면철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완벽한 쇠는 아니었다.

구멍이 많고 불순물도 남아 있어 그대로는 검은커녕 제대로 된 낫도 만들기 어려웠다.

강무진은 집게로 덩어리를 꺼내 모루 위에 올렸다.

“두드립니다.”

“당연하지.”

도리아가 큰 망치를 들자 강무진은 작은 망치로 자리를 잡았다. 두 번 빠르게 두드리고 한 번 길게 울렸다.

땅, 땅. 땅―.

도리아의 큰 망치가 그 자리에 떨어졌다.

쾅.

불순물이 튀었다.

다시 강무진의 망치가 길을 표시했다.

땅, 땅. 땅―.

쾅.

두 사람의 망치가 번갈아 울렸다. 한쪽은 쇠의 상태를 읽었고, 다른 한쪽은 수백 년 이어진 드워프식 타격으로 덩어리를 접었다. 강무진이 결이 갈라지는 곳을 짚으면 도리아가 그 반대편을 눌렀으며, 도리아가 쇠를 세워 모서리를 잡으면 강무진은 안쪽에 갇힌 찌꺼기를 밖으로 밀어냈다.

쇠는 식을 때마다 다시 불에 들어갔다.

송풍구의 걸쇠가 중간 자리로 옮겨지자 화로는 풀무꾼 하나 없이도 일정한 열을 뿜었다.

세 번째 접기에서 쇠의 구멍이 줄었고, 다섯 번째에는 망치 소리가 맑아졌다. 일곱 번째가 끝났을 때 모루 위에는 팔뚝 길이의 각철 하나가 놓였다.

도리아가 그것을 집게로 들어 올렸다.

“첫 쇳덩이다.”

사람들이 가까이 모이자 아이샤는 얼굴에 숯가루를 묻힌 채 각철을 올려다보았다.

“이걸로 뭐 만들어요?”

“필요한 것.”

강무진은 각철 끝을 잘라 다시 화로에 넣었다.

붉게 달아오른 쇠를 모루에 올려 길게 늘이면서 끝은 납작하게 만들고 가운데는 단단하게 남겼다. 반대쪽은 굽혀 나무 자루가 들어갈 눈을 만들었다.

도리아가 물었다.

“칼이 아닌가?”

“지금 필요한 건 칼이 아닙니다.”

쇠가 몇 번 더 불과 모루를 오갔다.

완성된 것은 작은 곡괭이날이었다. 화로 주변의 배수로를 파고 북쪽 광맥에서 광석을 캐낼 도구였기에 장식은 없었다. 날은 지나치게 얇지 않았고 충격을 받을 등 부분은 두껍게 남겼다.

강무진은 날을 갈아 상태를 살폈다.

강도는 충분했다. 순도는 기대보다 나았으나 결 사이에 작은 불순물 몇 점이 남아 있어, 검으로 만들었다면 다시 접었을 것이다. 곡괭이로서는 오래 버틸 수 있었다.

그는 정 끝을 들어 곡괭이날 안쪽을 두드렸다.

작은 각인이 새겨졌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남은 것은 쇠의 결을 닮은 단순한 표시였다. 전생부터 자신이 벼린 물건에는 빠짐없이 남기던 흔적이었다.

도리아가 각인을 내려다보았다.

“이런 데 새기면 누가 본다고.”

“볼 필요 없습니다.”

“그럼 왜 남기나?”

강무진은 곡괭이날을 물에 담갔다.

치익.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제가 압니다.”

도리아는 대꾸하지 않았다. 곡괭이날을 받아 두어 번 휘둘러 본 그는 자루에 끼우고 쐐기를 박은 뒤 돌바닥을 내리쳤다.

도리아가 곡괭이를 어깨 위까지 들어 올렸다.

쾅.

돌바닥의 금이 세 갈래로 뻗었다. 곡괭이날은 휘지도 이가 빠지지도 않았고, 오히려 충격을 먹은 뒤 더 맑은 소리를 냈다.

화로 앞의 망치 소리가 하나씩 멎었다. 수백 년 쇠를 다뤄 온 드워프 장인이 날을 뒤집어 보고, 등과 눈을 손톱으로 긁고, 다시 침묵했다.

“우리 산의 좋은 쇠와 겨뤄도 지지 않겠군.”

첫날, 완성한 화로와 잡광에서 뽑아낸 쇠였다. 그 한마디가 떨어지자 사람들은 곡괭이가 아니라 뒤에서 스스로 숨 쉬는 화로를 돌아보았다. 같은 불이 내일부터는 하나가 아니라 열이 될 수 있었다.

로젠이 장부에 무언가를 적었다.

“강철보루 생산품 제1호. 채광용 곡괭이.”

아이샤가 곡괭이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이 표시는 강무진 아저씨 거예요?”

“그렇습니다.”

“내가 만든 못에는 없는데.”

“그것은 당신이 만든 겁니다.”

아이는 주춧돌 옆 이름판을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비뚤어진 못의 머리가 희미하게 빛났다.

“그럼 다음에는 나도 찍어요.”

“쓸 수 있게 만들고 나서.”

“쓸 수 있어요. 이름판 안 떨어졌어.”

“그럼 이미 남긴 셈입니다.”

아이샤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 깊어졌지만 누구도 곧장 천막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화로가 낮고 묵직한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동안, 그 불빛 아래에서 로젠은 내일 캘 광석의 양을 계산했고 라칸은 곡괭이 자루를 잡아 보며 무게중심을 확인했다. 실바나는 멀찍이 서서 화로 위로 오르는 연기를 바라보았다.

도리아는 송풍 장치 옆에 쪼그려 앉아 걸쇠 세 곳의 간격을 다시 쟀다.

“다음 것은 공기통을 조금 낮춰야겠어.”

“관도 더 두껍게 해야 합니다.”

“청동 대신 철로 하지.”

“끝부분만 바꿀 수 있게 만들면 수리가 쉽습니다.”

“그래. 나사 결합은 열을 받으면 들러붙으니 쐐기로 고정하고.”

도리아가 숯조각으로 바닥에 선을 긋자 강무진은 그 옆에 관의 단면을 덧그렸다.

두 사람은 한동안 선을 지우고 다시 그렸다. 지금 만든 화로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었기에 더 큰 화로가 필요했고,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쇠를 뽑아야 했다. 광석의 질에 따라 바람의 세기도 달라져야 했다.

드워프의 오래된 기술은 단단한 뼈대였다.

강무진의 감각은 그 뼈대 안에서 막히는 곳을 찾아냈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오늘의 불을 안정시키지 못했을 터였다.

도리아가 숯조각을 내려놓았다.

“이 방식에 이름을 붙여야겠군.”

“아직 이릅니다.”

“또 그 소리냐?”

“화로 하나를 만들었을 뿐입니다.”

“첫 화로니까 이름을 붙이는 거다.”

강무진은 타오르는 불을 보았다.

“더 나은 것을 만든 뒤 붙이시오.”

도리아가 수염을 쓸었다.

“그럼 계속 만들어야겠군.”

“그러려고 불을 놓았습니다.”

화로의 불길이 한 번 크게 숨을 쉬었다.

새 송풍 장치의 배출판이 달칵 열렸다가 닫히자 바람이 관을 지나 불복판으로 들어갔고, 숯이 붉게 살아났다.

강무진은 완성된 곡괭이의 각인을 엄지로 쓸었다.

이 땅에서 난 광석이었다. 이 땅의 돌과 흙으로 만든 화로에서, 드워프의 기술과 자신의 감각을 합쳐 뽑아낸 쇠였다.

강철보루에서 처음 만들어진 물건은 사람을 베는 칼이 아니었다.

땅을 여는 연장이었다.

그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화로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밤새 교대로 숯을 보탠 덕분에 붉은 불씨가 화로 밑바닥에서 고르게 숨 쉬고 있었다. 강무진이 송풍구를 열자 불길이 다시 벽을 타고 돌았다.

연기가 곧게 솟았다.

회색 기둥은 구릉 위로 올라가 아침 바람을 타고 북쪽으로 길게 흘렀다. 천막 몇 채뿐이던 빈 땅 위에 사람이 있다는 표시이자, 불을 다루고 쇠를 만들며 물러나지 않을 사람이 있다는 표시이기도 했다.

강무진은 연기의 끝을 바라보다가 손을 내렸다.

북쪽 길 아래에서 작은 쇳소리가 느껴졌다.

하나가 아니었다.

녹슨 솥의 테두리와 부러진 낫, 바퀴에서 빠진 쇠못처럼 서로 다른 금속들이 불규칙하게 흔들리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걸음은 느렸고 자주 멈췄다.

잠시 뒤 라칸이 비탈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로는 지친 사람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었다. 누군가는 아이를 업었고 누군가는 부서진 수레를 끌었는데, 그들이 가진 쇠붙이는 하나같이 녹슬거나 깨져 있었다.

맨 앞의 노인이 화로 연기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품에 안고 있던 부러진 괭이날을 더 단단히 붙들었다.

회차 끝 12

ReNovels · 한 회차씩, 이야기 속으로.

회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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