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안개 속에서 북문으로 들어온 것은 적의 공성추가 아니라 불탄 수레 세 대였다.
피난민들은 재와 진흙을 뒤집어쓴 채 수레를 밀었고, 마지막 수레에는 반쯤 탄 숯 자루와 녹아붙은 철제 측량판이 실려 있었다. 북쪽 숯가마 네 곳과 바퀴 수리소 두 곳이 같은 밤에 습격받았다. 마계군은 성벽을 두드리는 대신 강철보루로 이어지는 연료와 수송의 목부터 잘랐다.
강무진이 측량판에 손을 대자 서로 다른 규격의 바퀴 홈과 굵은 축 세 개가 잡혔다. 불에 휜 가장자리에는 그리모어의 검붉은 봉인이 절반쯤 남아 있었다.
로젠이 탁자 위에 출처가 다른 쪽지 세 장을 펼쳤다. 북쪽 교역로의 짐꾼, 폐광촌의 사냥꾼, 접경 시장의 마부가 보낸 보고는 서로 다른 길을 거쳤지만 같은 방향과 시각을 가리켰다. 창고가 열렸고 주둔군이 남하했으며 말린 고기와 수레바퀴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봉인 아래 적힌 명령은 더 짧았다.
강철보루를 북부 정복 계획의 최우선 제거 대상으로 지정한다. 회수 가능한 노동력은 분류하고, 저항 자원은 폐기한다.
“본대에서 떨어져 나온 선봉은 아홉 날에서 열흘 거리입니다. 본대는 그 뒤에 붙습니다.”
로젠이 세 보고의 이동 시간을 겹쳐 놓았다. “성벽보다 먼저 바깥 숯가마와 길을 태운 걸 보면, 다음에는 중장비와 보급 수레가 함께 옵니다.”
도리아는 그을린 측량판을 뒤집었다. “축이 셋이면 철판을 두른 충차거나 이동식 탑이겠군. 놈들이 우리 불부터 줄이려 든 건 제대로 봤다는 뜻이고.”
라칸은 피난민 명부와 병력 장부를 맞댔다. 당장 전열에 세울 수 있는 정식 전투조는 서른여덟, 훈련 예비조는 스물셋이었다. 외곽 사람을 더 받아도 열흘 안에 대열을 익힐 수 있는 수는 쉰 남짓이었다.
“사람을 받아도 손에 쥐여 줄 창이 없습니다.”
도리아가 화로 현황을 짚었다. 하나는 온도가 흔들렸고 다른 하나는 농기구 수리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숯가마 네 곳이 타 버려 지금 가진 연료로는 사흘 뒤 화로 절반을 꺼야 했다.
강무진은 무기 장부보다 불탄 수레의 바퀴부터 뒤집었다. 철테 안쪽에는 칼로 낸 상처가 아니라 같은 간격으로 달군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계군은 수레를 태우기 전에 축과 철테에 지연 발화용 기름을 스며들게 했고, 살아남은 수레에도 검은 찌꺼기가 붙어 있었다.
“남은 수레를 그대로 쓰면 다시 탑니다.”
피난민들이 일제히 손을 뗐다. 강무진은 철테를 분리해 오염된 부분을 잘라 내고, 도리아에게 젖은 숯도 말릴 수 있는 낮은 이동 화덕 두 기를 만들게 했다. 라칸은 정식 전투조를 무기 훈련에만 묶지 않고 숯길 호위와 잔불 수색에 나눴다.
“선봉이 열흘 뒤라면 창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라칸이 물었다.
“불이 사흘 뒤 꺼지면 창도 없습니다.”
첫 목표는 무장 수가 아니라 연료길을 다시 여는 일이 됐다.
그날 정오, 강무진은 불탄 숯가마로 직접 나갔다. 적은 지붕과 저장고를 태웠지만 가마 밑의 단단한 숯까지 모두 없애지는 못했다. 광부들은 무너진 흙벽을 걷어 내고, 수레를 다뤄 본 피난민들은 온전한 축을 골라 임시 운반대를 짰다.
두 번째 가마를 열려는 순간 강무진의 손끝에 가는 철사 세 줄이 걸렸다. 문짝 안쪽의 기름 항아리와 이어진 지연 장치였다. 쇠고리를 당기면 숯더미 아래 남은 불씨에 기름이 쏟아져 복구 인원까지 태우는 구조였다.
그는 사람들을 물린 뒤 철사의 장력부터 풀었다. 도리아가 항아리를 흙구덩이로 옮겼고 라칸의 정찰병들은 같은 장치를 두 곳 더 찾아냈다.
세 번째 장치는 이미 절반쯤 작동한 상태였다. 기름이 가마 바닥으로 한 방울씩 떨어졌고 흙벽 안쪽에서는 붉은 불씨가 숨을 쉬듯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물을 들이부으면 뜨거운 가마가 갈라져 남은 숯까지 묻힐 터였다.
강무진은 피난민들에게 젖은 모래와 넓은 철판을 가져오게 했다. 라칸은 바람이 부는 쪽을 비우고, 도리아는 수레에서 떼어 낸 축판으로 기름길을 막았다. 강무진은 철사를 자르지 않고 당겨진 힘을 작은 쐐기 세 개에 차례로 옮겼다. 마지막 쐐기가 장력을 받자 항아리가 기울던 움직임이 멎었다.
“지금 끊으면 됩니까?”
라칸이 칼을 들었지만 강무진은 고개를 저었다.
“먼저 불을 굶긴다.”
젖은 모래가 가마 틈을 메웠고 철판은 기름이 흐를 길을 흙구덩이 쪽으로 돌렸다. 도리아가 항아리 주둥이를 집게로 눌러 봉한 뒤에야 강무진은 철사를 하나씩 잘랐다. 숨죽이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늦게 탄내가 퍼졌지만 불길은 오르지 않았다.
가마 주인이 무릎을 꿇어 남은 숯을 손으로 헤집으려 하자 강무진이 손목을 붙잡았다.
“당신 손부터 남겨야 합니다.”
그는 장갑과 긴 갈퀴를 나눠 주고, 복구조를 가마 안과 밖으로 나눴다. 안쪽은 숯을 꺼냈고 바깥쪽은 자루마다 검은 기름 냄새를 확인했다. 냄새가 밴 자루에는 붉은 끈을 묶어 화로가 아니라 방화용 기름 회수통으로 보냈다.
숯가마를 되찾는 일은 불을 끄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시 타지 않을 작업 순서와, 누구나 위험을 알아볼 표식까지 남겨야 했다.
“놈들이 우리가 돌아올 것까지 계산했군요.”
“그럼 다음에는 우리가 먼저 계산합니다.”
해가 기울기 전에 가마 하나가 다시 열렸다. 쓸 수 있는 숯은 수레 한 대 반뿐이었지만, 젖은 숯과 덜 탄 목재를 이동 화덕에 넣자 밤새 말릴 연료가 생겼다. 바퀴 수리소의 대장간도 작은 풀무 하나를 되살려 길 위에서 축핀을 고칠 수 있게 됐다.
강철보루로 돌아온 첫 수레에는 숯만 실리지 않았다. 새로 합류한 피난민 열넷 가운데에는 광부와 마부도 있었고, 그들은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명부에 직접 적었다. 강무진은 장식 없는 창촉 하나를 작업대에 놓았다.
“내일부터 한 사람이 한 자루를 전부 만들지 않습니다.”
도리아가 창촉과 낯선 손들을 번갈아 보았다.
“연료길은 살렸고, 이제 손을 나누겠다는 건가.”
“첫 실패로 기준을 정합니다.”
아직 창촉은 하나뿐이었고 공정표도 비어 있었다. 다음 날 실제 손들이 쇠를 망가뜨리고 고치는 과정에서 길이와 폭, 담금질 기준을 찾아야 했다.
북쪽에서는 선봉의 가벼운 금속이 본대보다 빠르게 남하하고 있었다. 되찾은 불이 꺼지기 전에, 그 불을 쉰 사람의 손으로 나누는 방법까지 만들어야 했다.
강무진은 첫 소재 막대를 화로 옆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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