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신, 대장장이 강무진

제23장 — 숲의 논쟁

숲은 길을 쉽게 내주지 않았다.

실바나가 앞장서지 않았다면 강무진은 같은 나무 사이를 몇 번이고 돌았을 터였다. 뿌리는 발을 거는 대신 디딜 곳을 골라 내밀었고, 낮게 늘어진 가지는 그녀가 다가갈 때마다 조용히 들렸다. 길이라기보다 숲이 잠시 허락한 틈에 가까웠다.

강무진은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허리에는 장식 없는 외날의 짧은 검 한 자루만 차고 있었는데, 숲에 들어오기 전 실바나는 원로회가 무기를 맡기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맡기라면 맡기겠습니다.”

“불쾌하지 않습니까?”

“남의 대장간에 들어갈 때는 그곳 규칙을 따릅니다.”

실바나는 잠시 그를 돌아보았다.

“숲을 대장간에 비유한 인간은 처음입니다.”

“둘 다 함부로 불을 놓으면 쫓겨납니다.”

그녀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고 웃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숲 깊숙이 들어갈수록 금속의 기척은 줄어들었다. 강철보루에서는 눈을 감아도 못과 경첩, 솥과 창촉을 비롯한 수백 개의 쇠가 손끝에 걸렸지만, 이곳에서는 실바나의 화살촉과 강무진의 검, 나무 사이에 숨은 경비병들의 칼날 정도만 느껴졌다.

대신 살아 있는 것들의 소리가 짙었고 나뭇잎이 서로 스쳤고 젖은 흙 아래로 물이 흘렀으며, 보이지 않는 새가 가지를 옮겼다.

그 사이로 활시위가 당겨졌다.

강무진이 걸음을 멈추자 왼쪽 위 굵은 가지 뒤에서 화살촉 세 개가 그를 겨누었고 오른쪽 뒤에도 둘이 있었고, 정면의 덩굴 너머에는 가느다란 검날 하나가 숨겨져 있었다.

“손님입니다.”

실바나가 돌아보지 않은 채 말하자 나무 위에서 목소리가 내려왔다.

“인간의 쇠 냄새가 납니다.”

“손님도 쇠를 듭니다.”

“저는 그에게 검을 뽑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뽑는다면 그때 겨누십시오.”

잠시 뒤 활시위들이 풀렸고 강무진은 다시 걸음을 옮겼고, 그를 향하던 화살촉도 나무 사이로 천천히 흩어졌다.

“환영이 따뜻하군요.”

“이 정도면 따뜻한 편입니다.”

실바나의 대답은 진지했다.

원로회의 숲은 거대한 나무들이 둥글게 선 공터 안에 자리했고 줄기마다 나선형 계단과 회랑이 얽혀 있었지만 못이나 철제 연결부는 보이지 않았다. 살아 있는 가지가 난간이 되고 굵은 뿌리가 바닥을 받쳤으며, 공터 중앙에는 잘린 나무라기보다 땅에서 솟아난 듯한 원형 탁자가 놓여 있었다.

열두 명의 엘프가 그 둘레에 앉아 있었다.

강무진은 그중 델라론을 알아보았고 강철보루에 왔을 때와 같은 잿빛 겉옷을 걸친 그는 머리에 잎맥을 닮은 은제 관을 쓰고 있었다. 숲에서는 보기 드문 금속이었고 은의 순도는 높았으나 오래도록 닦기만 했을 뿐, 불에는 대지 않은 물건이었다.

델라론의 시선이 강무진의 검을 훑었다.

“원로회는 사절의 귀환을 허락했지, 무장한 인간의 출입까지 허락하지는 않았습니다.”

실바나가 중앙으로 걸어가며 대답했다.

“강무진은 제가 요청한 증인입니다.”

“그 이름이 숲에 무엇을 보장합니까?”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직접 판단해 주십시오.”

강무진은 허리에서 검을 풀어 칼집째 바닥에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섰다.

“규칙을 몰라 늦었습니다.”

델라론의 시선이 검에서 강무진의 얼굴로 옮겨왔다.

“인간은 늘 규칙을 몰랐다고 말합니다. 나무를 베고 물길을 돌린 뒤에야 그 말을 꺼내지요.”

“모른 것이 면책은 아닙니다.”

강무진이 더 말하지 않자 원로들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고 오른편의 늙은 엘프가 손가락으로 탁자를 한 번 두드렸다.

실바나는 등에 멘 짐을 풀었다.

“삼림 엘프 원로회의 정식 사절 실바나 에일렌이 보고드립니다.”

천으로 감싼 물건이 탁자 위에 놓였다. 실바나가 매듭을 풀자 단정한 투겁과 두꺼운 중심 능선을 지닌 창촉이 모습을 드러냈고, 표면에는 강무진의 작은 망치 각인이 찍혀 있었다.

“강철보루에 대한 시험적 관찰은 끝났습니다. 저는 접경 방어를 위한 정식 병력 파견을 요청합니다.”

공터 위의 잎들이 일제히 흔들렸고 바람 때문만은 아니었다. 몇몇 원로가 자세를 고쳐 앉았고 나무 위 경비병들의 화살촉도 조금 낮아졌다.

델라론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인간의 요새를 지키기 위해 엘프의 생명을 보내자는 요청으로 들리는군요.”

“숲 밖에 있는 동족까지 지키기 위한 요청입니다.”

실바나의 말이 끝나자 왼편에 앉은 원로가 물었다.

“마족에게 끌려가던 엘프들이 구출되었다는 보고는 받았습니다. 그들이 숲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도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돌아오지 못한 것입니까?”

“돌아오지 않은 것입니다.”

실바나는 탁자 위 창촉에 손을 얹었다.

“그들은 다시 잡혀갈 이들이 지나올 길목을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강철보루에는 엘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과 드워프, 수인과 아인종이 함께 성벽을 세웠고, 종족을 가리지 않고 구출된 자들이 그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델라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한 인간의 선의에 숲의 병력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짧은 수명 종족의 약속은 너무 빨리 바뀌고, 인간의 도시는 언제나 숲보다 먼저 자신을 넓혀 왔습니다.”

실바나의 활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강무진은 그 움직임을 보았지만 대신 답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넘어야 할 문턱은 그녀의 것이었다.

“저도 인간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원로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실바나에게 모였다.

그녀는 손의 떨림을 숨기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인간의 도시는 너무 빨리 커지고, 그들의 약속은 세대를 넘기 어렵습니다. 강철보루도 영원히 같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뢰하지 않는 것과 외면하는 것은 다릅니다.”

실바나는 허리의 작은 주머니에서 부러진 화살촉을 꺼내 창촉 옆에 놓았고 끝은 갑옷에 부딪혀 뭉개졌고, 자루와 맞닿는 목 부분에는 검은 피와 흙이 굳어 있었다.

“첫 파견대가 강철보루 성벽 위에서 쓴 화살입니다. 마족이 성벽을 올랐을 때 인간 병사는 방패로 엘프 사수를 가렸고, 수인 병사는 그 방패 밖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드워프는 부서진 활받침을 고쳤습니다. 엘프는 인간의 뒤에 숨지 않았고, 인간도 엘프를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손가락이 부러진 화살촉을 눌렀다.

“한 번의 전투가 영원한 신의를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누가 싸웠고, 누구를 버리지 않았는지는 증명합니다.”

델라론은 곧바로 반박하지 않았고 대신 탁자 위에 놓인 새 창촉을 바라보았다.

“저 쇠붙이는 무엇을 증명합니까?”

강무진이 창촉을 들어 투겁 안쪽을 원로들에게 보였다. 허락을 구하지 않은 동작에 나무 위에서 금속이 움직이며 화살촉들이 일제히 그를 향했으나, 그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드워프가 화로를 맞췄고, 인간 광부가 기준자로 길이와 두께를 잡았습니다. 드워프 장인이 날개를 벌렸고 너구리수인이 이 투겁을 말았으며, 마지막 이음새는 도리아가 붙였습니다.”

그가 손톱으로 중심 능선을 튕기자 짧고 맑은 울림이 공터에 번졌고 탄소가 고르게 퍼진 중탄소강의 소리였다. 날은 단단하되 투겁은 질겼고, 서로 다른 손이 맡은 공정 사이에 경계가 남지 않도록 두 차례 풀림을 거친 쇠였다.

“날은 마족 갑옷의 이음부를 뚫습니다. 뿌리는 충격을 받아도 쉽게 깨지지 않고, 자루 규격이 같아 전장에서 바꿔 끼울 수 있습니다.”

델라론이 물었다.

“엘프는 창을 주력으로 쓰지 않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것을 가져왔군요.”

강무진은 창촉을 탁자 위에 다시 세웠다.

“강철보루가 누구 하나의 손으로 서 있지 않다는 증거라서입니다.”

“여러 종족이 같은 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하나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나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델라론의 눈썹이 움직였다.

“각자 맡은 일을 제대로 하고, 잘못된 부분을 서로 막으면 됩니다. 쇠도 성질이 다르면 같은 온도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다르게 다루되 쓰임은 맞춥니다.”

강무진은 더 긴 설명을 붙이지 않았고 쇠는 변명으로 단단해지지 않았다.

실바나가 원로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마족은 우리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숲의 수명을 존중하지도, 잡아갈 자의 종족을 가리지도 않습니다. 강철보루가 무너지면 접경의 촌락이 먼저 사라지고, 그다음은 숲 바깥을 오가는 우리 동족입니다. 우리가 오래 논의하는 동안 그들은 사슬을 더 만들 것입니다.”

사슬이라는 말에 강무진은 강철보루를 떠나기 전 읽은 전진 감시조의 보고를 떠올렸다. 정찰병들은 북쪽 제련장 바깥에서 새 쇳비늘과 운송 철찰 하나, 수레에서 떨어진 사슬 고리를 회수했다. 철찰에는 공성추용 띠쇠와 거대한 못, 작은 고리 사슬의 생산 수량과 출고 날짜가 함께 새겨져 있었다.

강무진은 출발 전 그 고리를 직접 살폈다. 광산용보다 작고 짐승을 묶는 것보다 길게 이어지도록 같은 간격의 용접 자국이 남아 있었다. 사람을 줄지어 묶는 치수였다.

“지금도 만들고 있습니다.”

델라론이 강무진을 보았다.

“무엇을 말입니까?”

“사슬입니다. 전진 감시조가 어제 회수한 고리와 출고 철찰을 확인했습니다. 아직 쓰이지 않았지만 쓰임은 이미 정해진 쇠였습니다.”

몇몇 원로의 얼굴에 불신이 떠올랐다.

“그대가 숲에 앉아 북쪽의 쇠를 안다는 말입니까?”

“아닙니다. 제 감각은 백오십 보를 넘지 못합니다. 지금 말한 것은 정찰병이 가져온 증거를 보루에서 직접 확인해 기억한 것입니다.”

강무진은 델라론의 은관을 보았다.

“관의 왼쪽 뒤편에 금이 갔습니다.”

델라론의 손이 멈췄다.

“머리카락에 가린 곳입니다. 오래전에 휘어진 것을 불에 달구지 않고 두드려 폈습니다. 겹친 결 사이로 금이 뻗었습니다.”

델라론이 천천히 은관을 벗어 옆자리의 원로에게 건넸고 은관 안쪽을 살피던 원로의 손톱이 어느 지점에서 멈추자 낮은 술렁임이 번졌다.

강무진은 은관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쇠는 거짓말을 안 합니다. 마족의 쇠도 그렇습니다. 그들은 요새를 부술 준비와, 살아남은 사람을 끌고 갈 준비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델라론은 금이 간 은관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탁자 옆에 내려놓았다.

“그런 힘이 언젠가 숲을 향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군요.”

“없습니다.”

실바나의 눈이 강무진에게 향했지만 그는 말을 바꾸지 않았다.

“힘은 보증서가 아닙니다. 쓰는 사람과 규칙을 보셔야 합니다.”

“인간은 규칙을 만드는 만큼 자주 바꿉니다.”

“그러니 감시하십시오.”

강무진은 실바나가 가져온 두 쇠붙이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싸우되 보고, 돕되 확인하십시오. 강철보루가 약속을 어기면 병력을 물려도 됩니다.”

오른편의 원로가 물었다.

“파병을 청하면서 철수할 권리부터 인정하는 겁니까?”

“억지로 묶은 동맹은 사슬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 말 뒤에는 누구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나뭇잎 사이로 떨어진 빛이 탁자 위를 비췄다. 하나는 여러 종족의 손으로 만든 온전한 창촉이었고, 다른 하나는 실제 전장에서 부러진 엘프의 화살촉이었다. 둘 다 말 대신 쓰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델라론은 실바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대는 삼림 엘프의 사절입니다. 인간 요새의 대변인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숲의 경계를 넘어 병력을 보내자고 청했습니다. 그 선택이 인간의 왕이나 지휘관에게 권리를 주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실바나는 부러진 화살촉을 집어 들었다.

“그러므로 지휘권과 철수권, 보급 범위는 우리가 정해야 합니다. 감시관을 두고 파견 기한도 정할 수 있습니다. 제가 요구하는 것은 백지 위임이 아니라, 숲 밖의 동족을 지킬 수 있는 정식 병력입니다.”

강무진은 그녀의 손을 보았고 조금 전까지 이어지던 떨림은 사라져 있었다. 강철보루를 믿어 달라는 말만 반복하던 사절이 아니라, 불신까지 조건으로 바꾸어 동맹의 형태를 만들고 있었다.

“강철보루가 그 조건을 받겠습니까?” 델라론이 물었다.

실바나는 강무진을 돌아보지 않았다.

“받지 않는다면 저는 파병에 반대하겠습니다.”

그 말에 원로들 사이의 공기가 달라졌고 델라론의 표정에서도 처음으로 단순한 반박이 아닌 숙고의 기색이 스쳤다.

강무진이 짧게 말했다.

“받겠습니다.”

실바나는 그제야 그를 보았다.

“감시도 받습니까?”

“잘못이 있으면 봐야 합니다.”

“엘프군의 독자적인 철수권도 인정합니까?”

“인정합니다.”

“보급이 끊기거나 민간인 보호 원칙이 어겨질 경우 파견 지휘관이 명령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강무진은 잠시 생각했고 전장에 두 지휘 체계가 섞이면 한순간의 지연이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상대 병력을 붙잡아 둘 수도 없었다.

“전투 명령은 미리 정한 지휘 체계를 따릅니다. 민간인을 해치거나 포로를 노예로 삼으라는 명령은 누구든 거부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델라론이 물었다.

“마족 포로에게도 적용됩니까?”

“같이 적용합니다.”

강무진의 대답은 짧았다.

가장 나이 많은 원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팡이 끝이 뿌리 바닥을 한 번 울렸고 갈라져 있던 목소리들이 잦아들었다.

“사절 실바나 에일렌의 요청은 단순 파병안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접경의 동족을 보호하고 강철보루와 제한적인 공동 방어를 시행하되, 숲의 지휘권과 감시권을 보장하는 안입니다.”

그는 원로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델라론의 옆에 앉은 둘은 굳은 얼굴을 풀지 않았고, 맞은편의 원로 셋은 탁자 위 화살촉을 바라보고 있었다. 찬반은 여전히 갈려 있었으나, 적어도 무엇을 두고 다투는지는 분명해졌다.

“강철보루에 대한 시험적 관찰은 이것으로 끝냅니다. 이제 정식 파병과 공동 방어 조건을 안건으로 올리겠습니다.”

나무 위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금속이 아니라 속 빈 열매로 만든 낮고 긴 소리였다. 원로들은 각자의 회랑으로 흩어졌으며, 일부는 실바나에게 고개를 기울였지만 일부는 끝내 시선을 주지 않았다.

델라론은 마지막까지 남았고 그는 탁자 위 창촉을 집어 투겁과 날의 경계를 천천히 더듬었다.

“여러 손이 만들었다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중 하나가 기준을 어기면 어떻게 합니까?”

“검사에서 걸러냅니다. 고칠 수 있으면 고치고, 아니면 다시 녹입니다.”

“사람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사람은 쇠가 아닙니다.”

강무진은 창촉을 바라보다가 덧붙였다.

“그래서 규칙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델라론은 창촉을 내려놓았다.

“숲은 쇠보다 오래 기억합니다, 강무진.”

“그러면 결과도 오래 봐 주십시오.”

델라론은 답하지 않고 돌아섰고 은관은 쓰지 않은 채 손에 들고 있었다.

원로들이 사라진 뒤에도 실바나는 한동안 탁자 앞에 서 있었으며 강무진은 땅에 내려놓았던 검을 다시 허리에 찼다.

“결정은 언제 납니까?”

“곧바로 표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파견 규모와 지휘권, 보급로를 각각 논의해야 합니다.”

“전쟁은 기다리지 않습니다.”

“압니다.”

실바나는 부러진 화살촉을 주머니에 넣었지만, 표준 창촉은 탁자 위에 남겨 두었다.

“저는 이곳에 남겠습니다. 반대하는 원로들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들어야 조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강무진은 활대를 쥔 그녀의 손을 보았고 떨림은 멎었으나 손가락 마디가 희게 변해 있었다.

“혼자 괜찮겠습니까?”

“여기는 제 숲입니다.”

실바나는 원로들이 사라진 회랑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제가 알던 숲 안에서, 제가 알지 못했던 선택을 해야 할 듯합니다.”

강무진은 더 묻지 않았고 돌아서기 전 원형 탁자를 바라보자 작은 망치 각인이 나뭇잎 사이의 빛을 받았다. 숲에는 어울리지 않는 쇠였지만 누구도 치우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에는 숲의 경계까지 엘프 경비병 하나가 붙었고 그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으며, 일정한 거리도 좁히지 않았다.

그곳에서 다시 사흘을 달린 뒤, 강무진은 강철보루 남쪽 마지막 이정표를 지났다. 보루까지 백오십 보 남짓 남았을 때 축복의 감각 끝에 익숙한 쇠들이 다시 걸렸다. 화로와 무기고를 먼 숲에서 읽은 것이 아니라, 남쪽 공터로 옮겨진 같은 규격의 검과 창촉이 비로소 감지 범위 안에 들어온 것이었다.

무기만 정렬되는 움직임은 아니었다.

사람을 세우기 위한 준비였다.

라칸이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강무진은 걸음을 재촉했고 숲의 대답이 도착하기 전에, 강철보루는 먼저 서로의 발을 맞추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회차 끝 23

ReNovels · 한 회차씩, 이야기 속으로.

회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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