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신, 대장장이 강무진

제5장 — 패배를 인정하다

“저 결은…… 서로 다른데, 붙어 있군.”

늙은 심사자들은 두 칼을 곧장 시험대로 가져갔다. 휨 시험에서 도리아의 넓은 칼은 무게를 버틴 뒤 반듯하게 돌아왔고, 강무진의 칼은 더 깊이 휘면서도 단단한 날과 질긴 등이 하중을 나눴다.

날 시험에서는 차이가 선명했다. 도리아의 칼은 가죽과 짚단을 갑옷처럼 부쉈고, 강무진의 칼은 큰 동작 없이 가죽 여섯 겹을 한 줄로 갈랐다. 어느 쪽도 흠이 없었다.

도리아는 정식 항목에 없는 굵은 쇠막대를 가리켰다.

“저것도 베어 봐라.”

강무진은 첫 막대에 손을 댄 뒤 칼을 내렸다.

“결함이 있습니다. 새것으로 바꿔 주십시오.”

정을 박자 숨은 검은 선이 드러났다. 도리아는 자기 화로에서 사흘 전에 뽑은 새 막대를 가져왔다.

“이것도 결함이 있다면 내 화로부터 부순다.”

“좋은 쇠입니다.”

강무진의 칼은 첫 타격에 막대 절반까지 파고들었다. 칼날은 깨지지 않았고 충격은 경계선을 따라 등으로 빠졌다. 그가 같은 자리를 다시 치자 막대가 끊어졌다.

도리아는 부러진 막대와 강무진의 날을 직접 살폈다. 자기 칼이 더 무겁고 갑옷을 부수는 데 뛰어나지만, 같은 재료와 시간 안에서 날과 등의 성질을 갈라 붙인 강무진의 칼이 더 넓은 한계를 견뎠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늙은 심사자가 선언했다.

“이번 대결의 승자는 강무진이다.”

마당이 고요해졌고 환호도 야유도 바로 나오지 않았다. 스톤빔 가문의 명장이 인간 이방인에게 패했기에, 드워프들은 그 사실을 누구의 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기다리는 듯 먼저 도리아를 보았다.

도리아는 강무진의 칼을 한동안 바라보았고 수염 아래 턱이 단단히 굳었고, 오른손은 허리춤으로 갔다가 멈췄다. 화가 난 것처럼도 보였으며 자신이 놓친 망치 자국을 되짚는 것처럼도 보였고 강무진은 재촉하지 않았다. 패배는 남이 대신 받아 줄 수 없는 쇳덩이였고 뜨거울 때 손을 대면 화상만 남았다.

도리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 칼은 흠이 없다고 했다.”

“그렇습니다.”

“네 칼은 흠이 있지. 손잡이 마감도 안 했고, 날 한쪽은 다시 갈아야 한다.”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졌다.”

강무진은 잠시 생각했다.

“쓰임이 달랐습니다.”

“그 말로 빼지 마라.”

도리아의 목소리가 굵어졌고 그는 모루 앞으로 걸어가 자신의 칼을 집은 다음 강무진의 칼까지 들어 두 자루를 나란히 놓았다.

“나는 내가 아는 가장 좋은 칼을 만들었다. 너는 쇠가 될 수 있는 다른 칼을 만들었다.”

도리아가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스톤빔 가문의 도리아가 증인들 앞에서 인정한다. 이번 담금질은 내가 졌다.”

선언은 한 번뿐이었지만 마당을 두른 돌벽이 그 말을 되받아치는 듯했다. 스톤빔의 제자들이 먼저 망치를 내려놓았고, 다른 화로의 장인들까지 작업대에서 손을 뗐다. 방금까지 인간 이방인의 칼을 흠잡던 시선들이 잘린 쇠막대와 멀쩡한 칼날 사이를 오갔다.

늙은 심사자는 두 칼의 위치를 바꾸었다. 도리아의 칼 앞에 놓였던 승자패를 강무진의 칼 앞으로 옮기고, 기록판에 망치 자국을 깊게 하나 찍었다. 돌판이 울리는 소리에 마당 가장자리의 어린 견습 하나가 저도 모르게 허리를 폈다.

도리아가 자기 이름과 가문을 걸고 패배를 확정한 순간이었다. 그제야 드워프들의 웅성거림이 터졌고, 놀람과 불만 사이로 짧은 탄성이 번졌다. 강무진을 구경거리로 보던 자들조차 더는 그의 칼을 눈요깃감처럼 가리키지 못했다.

드워프들의 숨소리가 한꺼번에 풀렸지만, 도리아는 거기서 끝내지 않았고 그가 강무진 앞에 섰다. 키는 강무진의 가슴께에 닿았으나 화로 앞에서 다져진 어깨는 바위처럼 넓었다.

“네가 쇠를 보는 법을 배우고 싶다.”

“보는 법은 가르치기 어렵습니다.”

“알아. 네 눈이 아니라 손으로 본다는 것도.”

도리아는 강무진의 오른손을 가리켰다.

“그래도 망치질에는 순서가 있을 거다. 불에서 꺼내는 때가 있고, 탄소를 남기는 법이 있을 거고, 점토를 바른 데도 까닭이 있겠지.”

“있습니다.”

“가르쳐라.”

주변 드워프들이 웅성거렸고 스톤빔 가문의 장인이 다른 대장장이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일은 가벼운 말이 아닌 듯했다.

강무진은 도리아를 바라보았다. 수염에는 숯가루가 엉겨 있었고 앞치마는 군데군데 타 있었으며, 손등의 굳은살 위로 오래된 화상 자국이 겹쳐 있었다. 패배가 괴롭지 않을 리 없었지만 도리아는 칼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고 좋은 장인이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도리아가 눈을 부릅떴다.

“조건?”

“나도 배우겠습니다.”

“뭘?”

“당신이 만든 쇠막대에는 망치 자국이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접고 붙이는 방식도 내가 알던 것과 다릅니다. 화덕의 바람길도 좋았습니다.”

도리아의 입이 조금 벌어졌다.

강무진은 말을 이었다.

“서로 가르치면 됩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도리아가 갑자기 고개를 젖혔다.

“크하하하!”

웃음이 산벽에 부딪혀 울렸고 도리아는 두꺼운 손으로 강무진의 팔을 힘껏 쳤다.

“쇠맛 좀 아는군! 좋아. 내 화로에서 빼먹을 수 있는 건 모조리 빼먹어라. 나도 네 점토 한 줌까지 캐낼 테니.”

강무진은 저린 팔을 한 번 털었다.

“화로 앞에서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도리아의 웃음이 뚝 멎었다.

“그건 당연하지. 내 화로 앞에서 집게 잘못 들면 스승이고 뭐고 없다.”

“나도 같습니다.”

두 사람은 잠시 마주 보았고 도리아가 손을 내밀자 강무진은 그 손을 잡았다. 굳은살끼리 맞닿는 감촉은 말보다 확실했다.

그날부터 두 사람은 화로 하나를 나누어 썼다. 도리아는 자신의 접쇠 방식을 보여 주며 불순물이 빠져나갈 방향과 망치가 마지막에 닿는 자리를 짚어 주었고, 강무진은 점토 배합과 차등 담금질의 순서를 알려 주며 축복으로 느낀 내부의 결함을 그때그때 말해 주었다. 시험편은 몇 번이고 갈라지고, 뒤틀리고, 결이 죽었다. 도리아는 실패한 조각마다 손수 홈을 내어 원인을 남겼다.

“모아 둬라. 실패한 쇠가 말이 더 많다.”

며칠이 지나자 도리아의 접쇠로 불순물을 밀어낸 강철에 강무진의 차등 담금질이 더해진 시험편이 나왔다. 이전 칼보다 경계는 흐렸으나 충격은 더 고르게 퍼졌다. 도리아가 그 한쪽에 스톤빔의 문장을 찍고 정을 내밀었다.

“네 것도 찍어.”

강무진은 문장 옆에 망치와 모루를 닮은 꺾인 선을 새겼다.

톡. 톡. 톡.

두 각인이 한 쇳조각에 나란히 남았다. 도리아는 그 시험편을 팔지도, 감추지도 않은 채 창고 선반 위에 올려 두었다.

강무진은 여덟 번째 시험편을 화덕에서 꺼내는 데 집중했다. 색은 밝은 주황이었고, 표면의 불꽃은 길게 늘어지지 않았으며 내부 온도도 고르게 올라 있었다.

“지금입니다.”

도리아의 망치가 떨어졌다.

캉.

불티가 두 사람 사이로 흩어지는 순간, 강무진은 대장간 밖에서 희미한 금속의 기척을 느꼈다.

산길 아래였고 가벼운 쇠붙이 셋이 같은 간격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말의 편자와는 달리 사람의 걸음에 맞춰 움직였는데, 하나는 가늘고 긴 화살촉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허리께의 짧은 칼이었다. 마지막 하나는 나뭇잎 모양의 은제 장식이었다.

도리아도 망치를 멈췄다.

“왜 그러지?”

강무진이 열린 문 너머를 바라보는 사이, 산길을 지키던 드워프가 뛰어 올라왔다.

“손님이다!”

“누군데 작업 중에 소리를 질러?”

“엘프다. 그것도 원로회의 문장을 달았어.”

도리아가 수염을 쓸어내렸다.

“귀 긴 양반들이 여기까지 웬일이래?”

강무진은 집게로 시험편을 돌려놓았고 쇠는 아직 식지 않았다.

그때 대장간 입구에 길고 고요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짙은 녹색 망토를 걸친 엘프가 문턱 너머에 서 있었고, 등에는 활을 멨으며 가슴에는 나뭇잎 모양의 은장을 달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먼저 도리아를 지나쳐 강무진의 각인이 새겨진 시험편 위에 멈췄다.

“강무진이라는 인간을 만나러 왔습니다.”

느리고 또렷한 목소리였다.

강무진은 달아오른 쇠를 모루 위에 올렸다.

“접니다.”

엘프의 눈이 그를 향했고 그 눈에는 호의보다 확인해야 할 의문이 더 많아 보였다.

“삼림 엘프 원로회의 사절, 실바나 에일렌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을 관찰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회차 끝 5

ReNovels · 한 회차씩, 이야기 속으로.

회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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